홈 > 1레벨 > 경험담
경험담

<span class="talker-photo hidden-xs"><img src="…

냑냑이 0 3 0 0

이 이야기는 와이프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와이프 일기장의 흔적과 술먹은 와이프의 진술을 토대로 완성되었습니다.

 

 

 

와이프는 총 4명의 전 남친이 있었고 2,3,4번째 남친은 나중에 살살 구슬려서 정보를 좀 뽑아내면 올리겠습니다.

 

----------------------

 

 

20023

 

고등학교 내내 공부만 하다가 드디어 2001년에 입학하게 된 대학교지만 마음이 공허하다.

 

진짜 친한 친구는 한명 밖에 없고 그 외 같은 과 친구들은 그냥저냥 지낸다.

 

같이 놀고 과엠티도 다니면 하하호호 웃지만 뭔가 이게 아닌 것 같아. 지나간 1년은 대체 뭐였을까?

 

 

 

친구는 나보고 연애를 하라고 한다.

 

연애를 하려고 하면 뭐해? 과 동기들은 너무 동생같고 동문모임의 선배들은 머리가 텅텅 술만 부어라 마셔라한다. 도저히 이성적인 끌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센치해져서 혼자 괜히 포장마차에서 피울 줄도 모르는 담배를 손에 들고 소주를 홀짝이고 있은 적도 셀 수 없이 많다.

 

절친년은 연애질한다고 나를 봐주지도 않는다. 아니...봐주긴 하는데 내가 중심이 아닌 것 뿐이다.

 

내가 바보같은 년이지.

 

 

 

그래 이럴 땐 채팅을 하자. 채팅방에서 바보같은 이야기를 지껄이며 욕설을 배출하는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일과이다.

 

어느 날 채팅방에 가 등장했다. 대화명 체개봐라웃기지도 않은 대화명이지만 그와 대화하는게 즐겁다.

 

 

 

그는 이 더러운 세상에 혁명을 꿈꾸는 쿠바의 체 게바라의 이름을 본따 만든 그의 대화명답게 사회현상에 대해 몹시 해박했다.

 

원숙한 27살에 서울 소재 명문대 다니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따뜻한 마음이 깃든 강철 같은 영혼을 가진 한 거인인 체게바라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그런 그에게 이성적인 끌림을 강하게 느꼈다.

 

 

 

문득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전화번호를 교환하여 처음으로 통화하는 날 묵직하지는 않지만 지성이 넘치며 다정한 목소리의 그에게 반해버렸다.

 

그렇게 2시간 연속으로 대화를 하니 공허했던 내 마음이 즐거움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이성적인 관심은 없었다. 그저 말이 잘 통하는 친한 여동생? 어느 날 그가 전화해서 말하길

 

 

 

○○씨는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할까?

 

 

 

....그는 같은 채팅방의 다른 여자에게 관심이 있었다. 바보같은 여자다.

 

이렇게 스마트한 남자와 대화하면 금새 반할텐데 왜 그러지 않는걸까? 분명 대가리가 텅텅 비어서 그럴거다.

 

그래.. 채팅방에서 애교떨면서 이 남자, 저 남자와 대화하는 창녀같은 여자가 지성이 뭔질 알겠어?

 

가 다른 남자들처럼 그 멍청한 년한테 휘둘리는 모습을 보니 실망감보다는 내가 이 남자를 구해야겠다는 정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뺏길지도 모른다는......다급함

 

.

 

.

 

2개월 뒤

 

그와 종종 연애상담을 해주고 채팅방에서 시덥잖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와 이렇게 채팅하는 시간이 너무 좋다.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 직접 만나보고 싶다.

 

 

 

오빠, 이번 주말에 서울 올라가는데 데이트해줄 수 있어요?“

 

ㅎㅎㅎㅎㅎ. 데이트는 안되고, 가이드는 해줄 수 있지.“

 

 

이 남자 내가 이렇게 살짝살짝 끼를 부려도 슬슬 흘려넘기기만 한다. 뭐 그 모습이 매력적인거지만....

 

주말에 새벽에 올라간 서울, 역 앞에서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담배를 피는 그의 모습은 너무 섹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키는 별로 크진 않았다. 그래도 그 이상으로 멋있는 핼쓱한 뺨, 날렵한 턱선, 부스스한 머리는 너무 취향저격이다.

 

 

 

서로 돈이 없어서 이동은 대중교통, 밥은 김밥천국, 쇼핑은 그냥 아이쇼핑...그래도 너무 즐거웠다.

 

화제거리는 끊이지 않았고 서로 티키타카도 죽이 잘 맞았다.

 

사람이 많을 땐 손도 잡았고, 한번씩 장난스레 팔짱을 끼며 가슴을 그의 팔꿈치에 붙이곤 했다.

 

헤어지기 직전 벤치에 앉아 캔커피를 마시며 그가 말했다.

 

 

 

....○○씨한테 고백했다가 차였다. 니가 열심히 상담해줬는데 그게 잘 안됐네.“

 

 

 

슬픈 눈의 그를 보니 나도 모르게 그를 안아주었다.

 

 

 

괜찮아. 세상에 여자는 많아. 그리고 바로 앞에 오빠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잖아.“

 

 

 

가볍게 고백하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밀어봤으니 반응이 오겠지.

 

1주일 뒤 그에게 연락이 왔다. 그동안 채팅방도 방문 안하던 그에게 전화가 오자 가슴이 쿵쾅거렸다. 미안하다고 친한 동생으로만 지내자고 하면 어쩌지.....

 

 

 

니 고백듣고 고민 많이 했어. 니 생각만 자꾸 나더라. 나랑 사귀어줄래?“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너무 기뻐서 그와 어떤 대화를 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딱 하나 기억나는건 나를 빨리 만나고 싶어서 주말에 부산에 내려온다는 것........ 너무 기대된다!

 

 

6년같은 6일이 지나고 드디어 그를 만나는 날이다. 무더운 날이라서 가능한 옷을 얇게 입었다.

 

민소매에 미니스커트. 그리고 혹시 모르니 예쁜 속옷까지 입었다.

 

 

 

부산역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멀리서 걸어오는 그가 보였다.

 

여전히 부스스한 머리에 가벼운 복장, 옷가지가 들어있는 듯한 스포츠백을 어깨에 맨 모습이 너무 멋있다.

 

저런 남자가 내 남자친구라니.....괜히 부끄러워져서 거울을 보는 척했다.

 

막상 만나니 부끄러운건 처음 뿐이었고 조금 시간이 지나니 드디어 사귀게 되었다는 희열과 그에 대한 사랑만 남았다.

 

 

 

남포동 거리를 손을 잡고 돌아다녔다.

 

해운대 해변은 손깍지를 끼고 돌아다녔다.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술을 먹고 나왔을 땐 팔짱을 끼고있었다.

 

 

 

어느덧 밤7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소리가 들리고 하늘에 보름달은 주위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해변에는 우리같은 커플이 굉장히 많았다. 외박은 절대 안된다는 엄마의 말이 떠오르며 그와 함께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안타까움이 커졌다.

 

 

 

오빠, 서울 안 올라가도 돼?“

 

. 나는 하루 자고 갈거야.“

 

 

그럼 내일 또 만날 수 있어?“

 

내일은 부산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안될거 같네.“

 

 

히잉..기껏 만났는데 이렇게 빨리 헤어져?“

 

하하 앞으로도 계속 볼건데 뭘. 그나저나 네가 말 잘했네. 숙소잡아야겠다. 주말이라 방이 없을 수도 있잖아.“

 

 

그가 잠 잘 곳을 찾아 돌아다녀보니 모텔은 방이 없었다.

 

호텔은 너무 비싸서 논외. 어쩔 수 없이 골목 안 쪽에 가서 허름한 여인숙을 구할 수 있었다.

 

 

 

조그마한 방 한칸에 소파, 침대같은 건 없고 벽지는 낡았고 이불은 더 낡았다.

 

그나마 에어컨이랑 샤워실이 있다는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였다.

 

 

 

방을 잡아놓고 앉아있으니 왠지 뻘쭘해지고 할 말이 없어져서

 

편의점에 가서 맥주를 사왔다. 맥주에 소주를 타먹으니 알딸딸하다.

 

 

 

어느새 밤8시 재미없는 TV, 한창 월드컵시즌이라 이 채널도 축구이야기, 저 채널도 축구이야기.

 

이것저것 돌려보는 동안 그가 조용히 화장실에 갔다.

 

소변만 보는 줄 알았는데 부스럭부스럭 옷 벗는 소리가 들리고 샤워를 하는 것이다. 이거 설마....

 

 

 

샤워를 마치고 펑퍼짐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는 그의 모습이 싱그러웠다.

 

그는 자연스럽고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너도 집에 가기 전에 샤워하고 가. 오늘 땀도 많이 흘렸는데.“

 

 

 

너무 자연스러운 권유에 나도 당연한 듯 샤워를 했다. 근데 갈아 입을 옷이 없다.

 

할 수 없이 입던 옷을 입고 나가니 이불 위에 그가 벽에 기대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다.

 

   



0 Comments     0.0 / 0
제목 별점
  • 글이 없습니다.
반응형 구글광고 등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